운동이 끝난 후 먹는 컵라면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영이 끝난 후, 혹은 등산 후에 내려와서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컵라면은 가히 최고의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컵라면을 먹을 때 일반 봉지라면과 맛이 다르다고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 식감도 조금 다른 것 같고 국물 맛도 다른 것 같다고 느끼셨다면 정답입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컵라면인지 봉지라면인지에 따라서 맛에 차이가 있습니다. 뿌리가 같은, 비슷한 맛을 내는 것이지 같은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들어가는 성분비, 면의 굵기와 형태도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두 제품은 서로 다른 제품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봉지라면과 컵라면에 맛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이제부터 컵라면에 숨어있는 과학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컵라면과 봉지라면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우선 컵라면과 봉지라면의 끓이는 온도를 살펴보겠습니다. 봉지라면을 끓일 때는 냄비의 물이 100도를 유지하며 계속 펄펄 끓지만, 컵라면에 부은 뜨거운 물은 면이 익는 동안 지속적으로 온도가 내려갑니다. 끓인 물이 아닌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사용한다면 초기 온도도 80~90도 정도로 더 낮습니다.
3~4분 만에 컵라면의 면이 잘 익을 수 있도록 컵라면의 면은 봉지라면의 면보다 가늘고 기공이 많습니다. 많은 기공에 뜨거운 물이 들어가 빠르게 면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같은 시간 동안 컵라면과 봉지라면의 면을 익혀보면 차이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컵라면 용기에 봉지라면 면을 부수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익혀보면 컵라면은 면이 잘 익어 풀리는 데 비해 봉지라면은 면이 뭉쳐있고 잘 익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면을 구성하는 성분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컵라면 면발에는 밀가루보다 전분을 더 많이 사용해서 같은 시간 대비 봉지라면 보다 면이 빨리 익습니다. 반대로 봉지라면은 밀가루 함량이 더 높습니다. 냄비에 컵라면을 넣고 끓이면 면이 금방 익어서 풀어지고 금세 불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컵라면 용기에 숨어있는 원리
컵라면 컵에서 면을 꺼내 보면 위에는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들어서 아래쪽을 보면 면이 성글게 엉켜있고 위쪽을 보면 빽빽해 보입니다. 뜨거운 물은 위로, 차가운 물은 아래로 가기 때문에 아래쪽 면이 골고루 잘 익을 수 있도록 아래로 갈수록 면의 양을 줄인 것이지요. (위에서 보았을 때 양이 많아 보인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컵라면의 면은 컵에서 중간쯤에 위치합니다. 면이 컵 아랫면에 닿지 않고 떠 있습니다. 대류현상에 의해 뜨거운 물이 위로 올라가면서 면이 더 많은 윗부분을 잘 익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컵라면과 봉지라면 수프에 차이가 있을까?
컵라면은 봉지라면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더 높습니다. 컵라면의 특성상 외부에서 먹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반찬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간으로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김밥의 나트륨 함량이 생각보다 높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집에서 만들어서 먹었을 때 간간하다고 느껴지면 밖에 나가서 먹었을 때 간이 딱 알맞습니다.
+덧
사각형, 원형면의 모양이 다른 이유
어떤 라면은 사각형 모양이고 어떤 라면은 원형입니다. 초기 면의 형태는 사각형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은 1963년 삼양식품에서 출시한 ‘삼양라면’입니다. 초기 사각형인 면의 형태는 변함없이 약 20년간 유지되었습니다. 이제 집에 있는 냄비의 모양을 떠올려봅시다. 보통 냄비는 사각형이 아닌 둥근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냄비 크기가 작으면 라면을 끓일 때 면의 귀퉁이가 걸리기 때문에 면을 쪼개어 넣어야 했고 이 경우 긴 면발을 포기해야 해서 소비자의 불만이 발생했습니다. (냉면을 먹을 때 면을 절대 자르지 않고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면발 길이 절대 사수!) 이후 둥근 형태의 면인 너구리를 1982년 농심에서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으나 생산라인을 정비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른 면에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차츰 원 모양으로 면발이 바뀌기는 했으나 안성탕*, 사리곰탕*, 찰비빔*, 감자* 등 농심의 일부 제품은 아직 사각형 모양입니다.
면이 둥근 모양이면 사각형 모양에 비해 충격에 강해 귀퉁이가 잘려나가 파손될 위험이 줄어들므로 기업 입장에서 이득이 면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면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냄비에 넣을 수 있게 되었으니 편리한 면도 있죠. 반면 사각형은 시각적으로 보기에 안정감을 주고 비어있는 부분이 없어 양이 많아 보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지에서 면을 꺼낼 때 사각형인지 원형인지 한번 살펴보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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