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맛있게 먹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
이그노벨상을 아시나요? 노벨상은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기려 “매년 인류를 위해 크게 헌신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입니다. 이그노벨상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질문으로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 낸 연구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딱따구리가 두통에 시달리지 않는 이유에 관한 연구, 이름을 가진 젖소가 이름이 없는 젖소보다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에 관한 연구,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넘치지 않게 잡는 방법에 관한 연구 등 엉뚱하고 재미있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맛과 관련된 이그노벨상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비스킷을 적셔 먹기에 가장 완벽한 각도
여러분은 부먹파이신가요 찍먹파이신가요? 저는 찍먹파로서 쿠키도 찍먹으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레오 같은 딱딱한 쿠키류를 우유에 찍어 먹으면 우유가 오레오에 스며들어 촉촉하고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죠. 던킨도너츠라는 이름은 커피에 적셔 먹는 도넛이란 의미로 ‘덩크인’과 ‘도넛’이 합쳐져서 탄생한 이름입니다. 덩크의 유래는 영국 해군이 배에서 먹던 비스킷이 너무 딱딱해서 맥주에 담가 불려서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비스킷을 차에 담가 먹는 영국의 풍습이 퍼져 영국,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의 나라에서 대개 비스킷 같은 딱딱한 간식류를 차나 커피에 담가 먹는 관습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오레오를 우유에 얼마만큼 오래 담그고 있어야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너무 짧게 담그면 과자가 딱딱할 테고, 너무 오래 담그면 과자가 물러져 우유에 빠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영국 브리스톨대 물리학과 교수인 렌 피셔는 바로 이것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비스킷은 건조된 전분 알갱이와 설탕으로 만들어진 스펀지로, 속에 구멍이 많이 난 다공성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비스킷을 차 또는 우유에 담그면 모세관 현상으로 액체가 비스킷 속으로 구석구석 흡수됩니다. 안으로 침투한 액체는 설탕을 녹이고 전분을 부드럽게 만들어 비스킷의 구조를 허물어 버리죠. 피셔 교수는 다공성 물질의 모세관 현상을 설명하는 ‘워시번 방정식’을 활용했습니다. 모세관 현상은 점성이 강하지 않은 액체가 가느다란 관 또는 빈 공간으로 빨려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액체의 응집력보다 부착력이 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피셔 교수는 다양한 방법으로 비스킷을 음료에 적시고, 비스킷이 허물어져 버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비스킷을 수평으로 집어 한 면만 커피의 표면에 닿도록 했을 때, 비스킷의 수명이 기존의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발견했습니다. 비스킷을 액체에 평행하게 담그면 비스킷의 아랫면이 젖어도 젖지 않은 윗면이 지탱해 주기 때문에 부서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셔 교수가 소개하는 비스킷을 맛있게 적셔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스킷을 가장 맛있게 적셔 먹는 방법
- 비스킷은 종류에 따라 차에 적셔야 하는 최적의 시간이 다릅니다. 생강 비스킷은 3초, 다이제스트는 8초 정도 적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한쪽 면에 초콜릿이 발라져 있는 비스킷은 초콜릿이 발리지 않은 면을 아래로 해서 차에 적시는 것이 좋습니다. 초콜릿이 녹아 차 맛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감자칩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바삭바삭한 감자칩은 넷플릭스를 보며 함께 먹기 좋은 단짝 친구입니다. 여기 감자칩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에 관해 연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찰스 스펜스 교수는 감자칩의 ‘바삭’ 소리가 맛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스펜스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프링글스를 들려주고 조용한 방에 가두었습니다. 헤드폰을 씌운 다음 참가자들이 프링글스를 씹을 때 마이크를 통해서 씹는 소리가 들어가고 헤드폰으로 소리가 되돌아오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씹는 소리를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면서 바삭 소리에 따라 참가자들이 감자칩의 맛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같은 감자칩인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감자칩 씹는 소리를 더 크게 들은 참가자들이 15% 정도 더 맛있게 느낀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청각, 후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영역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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